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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드물게 시칠리아 음식을 내놓는 가게인 츄리츄리를 들려보았다.시작은 페로니로... 빵은 비교적 평범하였는데 올리브가 상당히 맛있다. 짭짤한 맛은 있지만 과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입 안에 올리브의 향이 기분좋게 느껴진다.아란치네. 속을 갈라서도 한 컷 찍었어야 했는데 깜빡했다. 기억으로는 라구를 시켰던 거 같은데 확실치 않다.맛보다는 소의 질감이 재밌었다는 기억이 있다.라비올리. 치즈의 맛이 두드러졌고 트러플 오일의 향긋함이 포인트였던 것 같다. 생각보다 아란치네나 라비올리를 맛보기가 쉽지 않은데 괜찮은 가게가 생겨서 좋다. 요즘 꽤나 인기라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위는 1년 묵힌 사진 방출...) 이런 개성 있는 가게가 앞으로도 잘 됐으면 좋겠다.
이태원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위치기는 한데 (국군경리단 근방) 딱히 이 동네를 칭할 명칭을 찾질 못했다.경리단에서 남산3호터널 방면으로 이동하다가 골목길 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파트 상가가 하나 나오는데 거기에 위치해 있는 집이다.더 베이커스 테이블이라는 경리단길의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독일 셰프가 본격 양 요리를 하기 위해 차린 듯 하다. 가게에 입장하자 아무래도 동네가 동네이니만큼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중의 손님이 왁자하게 술판을 벌이고 있었고호걸 같은 풍채의 오너 셰프가 그릴에서 연신 고기를 굽고 있었다. 익숙지 않은 광경이라 살짝 긴장이 돌았다. 메뉴판을 한참 탐색한 끝에 일단 샘플러를 먼저 주문하였다.특이하게도 이 집이 취급하는 맥주 7종 중 한 종류를 제외한 6종을 내 준다고 한다. 아무..
금요일 상수역 주변에서 적당히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가는 곳마다 만석이다.이럴 때의 최선의 선택은 역시 파파수교나 별버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과평가가 넘실대는 상수 상권 중에 그나마 숨돌릴 틈이 있는 가게라고 할까...찐만두냐 군만두냐 잠시 고민하다가 찐만두로 갔다. 피의 씹히는 맛도 괜찮고 피 안쪽으로 보이듯이 부추가 사정없이 들어가 있어서 매우 담백한 느낌을 준다.다만 좀 생각보다는 포만감이 밀려오진 않는다. 고기의 양이 많지 않아 더욱 그런 듯 하다.그래서 위샹로스도 시켜본다.위샹로스는 재료를 부추 혹은 고수 중에 고를 수가 있는데.. 부추는 저번에 먹어봤으니 이번엔 고수를 청해 본다.맵기도 조절이 가능한데 조금 맵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닥 매운 느낌이 없다.그냥 맵게 해달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
히노키공방이 문을 닫은지 얼마 안 되어 생겨난 일본식 밥집. 어설프게 타협하기보다는 고집 있게 자신의 맛을 밀어부치는 가게다. 아마도 하카타정식에 계란말이 추가한 게 아닐까 싶은데.. 전반적으로 짜고 단 일본 음식의 특징(?)을 잘 살렸다. 고등어는 정말 짜고, 계란말이는 포실포실할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단단한 질감에 맛은 꽤 달달하다. 가지요리의 다싯물도 달달한 간장 베이스이다. 가라아게는 평범한 편.오히다시는 새콤하면서 은은하게 단맛이 배어있다.그리고 이 집을 찾게 되는 이유인 잘 지은 밥과 구수한 돈지루. 유즈코쇼를 살짝 얹으면 맛이 한층 복잡해진다.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감각에 혼합된장의 과하게 달지 않은 구수함과 무의 시원한 맛의 조화가 좋다.돈지루만와 밥만으로도 이 집은 충..
서래마을에 갈 일이 있으면 꼭 한 번씩 들리게 되는 가게가 있으니, 담장옆에국화꽃이다.떡 카페(?)지만 늘 시켜먹는 건 팥빙수.서울 시내에서 팥 쑤는 집 중 이 집 팥이 제일 입에 잘 맞는다.적당히 팥알갱이를 남겨둬서 씹는 맛도 있고, 팥앙금의 단맛을 절제하여 팥의 구수함을 살렸다. 그 단맛은 밤과 대추 말랭이, 인절미 등의 은은한 단맛으로 보충하였고 고소한 우유얼음은 곱게 갈아 팥과의 대비되는 식감을 선사한다.다른 건 다 차치하고 많이 달지 않게 쑨 팥과 대추, 얼음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굳이 놋그릇에 주는 정성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가격대가 저렴하진 않지만 어떤 프랜차이즈건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레벨이다.단팥죽은 호박씨와 콩가루로 고소함을 더했는데, 팥이 곱게 갈아져 텍스쳐의 재미는 빙수에 얹힌 팥..
저녁으로 뭘 먹을까 와우산 삼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중식당이 보이길래 들어가 봤다. 들어가면서 보니 옆에 피켓에 신라호텔 출신이라 적혀 있어서 상수 맛이차이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개업한지 얼마 안 되서 스탭들의 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듯 했는데 대개 연령대가 낮은 편이었다. 요리사들의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탕수육. 튀김옷은 약간 단단한 느낌이다. 그 외엔 별 다른 포스를 느낄 수 없이 그냥 평범했다. 식사 메뉴 중에 마파두부덮밥이 있어 시켜보았다. 일단 두부가 연두부가 아니었고, 두반장의 맛도 매콤한 맛도 별로 없었다. 마파두부가 아니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마파두부라고 부르기도 난감하다. 전체적으로 음식에..
종로 오케이버거의 블루치즈버거블루치즈와 루꼴라, 무화과잼(잼이 아니라 컴포트였나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과 패티, 번의 조합.정말 이것을 햄버거라고 불러도 괜찮을까?문제적 작품의 등장이다. 크리미하지 않고 단단한 식감에 꼬리한 향 풀풀 풍기는 블루치즈와 살짝 씁쓸한 맛을 내면서 풍부한 풀의 향기를 자랑하는 루꼴라, 그리고 그 사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무화과의 단맛이 이질적인 둘의 기운의 중심을 잡아준다.그런데 이 셋의 깡패 같은 조합 앞에 번과 패티는 뒷전으로 밀린 듯한 느낌이다.정말 이것이 햄버거란 말인가? 햄버거를 넘어선 다른 음식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게 나만의 오버일려나. 맥주를 넣은 반죽으로 튀긴 어니언링은 사실은 과한 기름기가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햄버거 자체가 상당히 담백하게 다가오기 ..
예전에 홍대입구 푸르지오 상가에 자리했었으나 문을 닫은 후 신촌에 재개장한 히노키공방. 홍대입구에 사실 마땅히 밥 먹을 만한 가게가 없어 한동안 좀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이랄지 곧 하카타나카가 등장해서 어느 정도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히노키공방의 그 느낌과는 거리가 있어서 빈 자리가 다 채워지진 않았다. 신촌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홍대 상권 끝자락에 걸터앉은 뭐 그런 위치라 찾아가기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지금은 집에서 운동 삼아 걸어갈 만한 거리인데 이전보다 자리는 좀 더 편해진 거 같아 좋다. 하야시 니코미 라이스. 흔히 하이라이스라고 알려진 음식이지만 시중의 하이라이스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 적어도 이 근방에서 이런 하야시라이스를 내는 집은 이 집 밖에 없..
작년 여름쯤인가 갑자기 발굴되어 한동안 핫했던 가게 이대 화상손만두.한창 회자될 무렵에 여러 번 찾아갔었다. 퇴근길에 이대에 내려서 들리면 되니깐..생각 외로 영업 종료 시간이 빨라서 (재료 소진의 경우) 몇 번 실패했다가 세 번째 방문인가 만에 들어갈 수 있었다.의도치 않은 삼고초려...일단 이 집의 시그니처는 모듬만두인데, 튀김만두, 김치만두, 고기만두 3종 세트이다. 튀김만두는 고소한 냄새 올라오게 잘 튀겼다.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소는 고기와 부추의 조화가 잘 어울려 고소하면서 부담스럽지가 않다.김치만두와 고기만두는 튀김만두에 비하면 평범한 느낌. 중간 이상은 되지만 뛰어난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하지만 이만큼이 무려 5천원. 대단히 혜자스럽다.만두만으로는 살짝 모자라 깐풍기를 시켜봤다.사..
합정에서 꽤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스파카 나폴리를 한 번 들러보았다. 저녁 시간대에 찾아가니 웨이팅이 있어서 한 15분 정도 대기했어야 했다. 가게 한 켠에 커다란 화덕이 있어 거기서 연신 피자를 구워내고 있었다. 메뉴 중에 루꼴라를 올린 피자가 있어 이를 시켜 보았다. 도우의 크기는 생각보다 컸으나 크러스트가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과도하게 많은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보다 사실 여기 피자에서 불만족스러운 건 도우에 물기가 많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쫄깃하다는 느낌보다 살짝 질척거린다는 느낌에 가깝달까.. 여튼 그리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참나무 향은 조금 느껴지기는 하나 대세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어중띤 이탈리안 피자를 취급하는 가게보다는 확실히 낫겠지만, 합정엔 이 집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