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요즘 연남동에서 20대 처자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가게가 바로 이 성격양식이다. 한때 압구정에서 이름을 남겼던 후후양식당의 후신이라고 한다. 후후양식당 방문시 일정 부분은 만족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기억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까지 꼭 닮았다. 야끼 파스타를 시켜보았다. 이름에서 보이듯 일본식 퓨전 양식을 지향하는 가게이다. 파스타의 익힘 정도는 내 취향과 잘 맞았다. 심이 빳빳하게 느껴질 정도로 꼬들꼬들한 느낌이 좋았다. 살짝 매콤한 느낌을 가미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오믈렛 필라프도 시켜 보았다. 오믈렛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포실포실한 느낌을 잘 살렸는데 조금 간을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필라프라고 해야 할지 볶음밥이라고 해야 할지 하여튼 이 부분이 좀 거슬린다. ..
행정구역 상으로는 연희동이지만 실제 연희동 상권보다는 연남동에 가까운 편의방. 수요미식회 출연으로 인해 한동안 인산인해를 이루다가 최근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방문객의 증가와 함께 높이 뛴 음식 가격은 속을 좀 쓰리게 한다. 깐풍기는 쫄깃한 닭고기를 바삭하게 튀겨내 고추를 사정없이 때려박아 볶아내어 제법 매콤한 맛을 잘 살려냈다. 몇 점 먹으니 입안이 후끈거려 맥주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적어도 깐[乾]이라는 글자 그 의미 그대로 물기 없이 볶아낸 모양새만 봐도 진짜배기임을 알 수 있다. 어지간한 동네 중국집의 깐풍기는 여기 갖다대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만두다. 방송만 보고 이 집 만두를 찾아 먹고는 만두가 이게 뭐야~ 하고 평을 남긴 사람이 ..
토요일 오후에 뭘 먹을까 돌아다니다 왠일로 까사 디 노아에 빈 테이블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칠판에 적혀 있는 전채와 파스타를 시켰다. 전채는 Mortadella e provolone 라는 메뉴였다. mortadella는 왼편의 햄의 이름이고, provolone는 오른편의 치즈의 이름이다. 둘 다 염도가 엄청나서 잼(무화과로 추정됨?)과 빵이 아니었다면 다 비우기가 힘들었을 듯 싶다. 빵은 부드러움 없이 크리스피한 느낌이 강해서 햄과 치즈를 얹어 한 입 베어물 때 감촉의 대비가 괜찮게 느껴진다. Rigatoni a modo mio 라는 이름의 파스타다. modo는 way, mio는 my를 뜻하기 때문에 [우리 집 리가토니]라는 해석을 붙이면 될 듯하다. 애호박과 방울토..
추운 날 멀리 가기 귀찮아서 가까운 요나요나를 찾았다. 식사 메뉴로 쓸만한 게 좀 애매해서 나베와 꼬치 6종 세트를 주문하였다 벚꽃맥주는 예전에도 한 번 시켰다가 다음엔 시키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도 같은 짓을 반복한다. 문어프랑크 하나 딸려나오는 게 제법 귀엽다. 6종 꼬치는 안심, 염통, 소 안창살, 껍질, 네기마, 방울토마토 순이다. 썩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이지도 않다. 닭육수에 어묵과 고기를 푸짐하게 넣고 건고추로 살짝 칼칼한 맛을 더한 국물이 제법이다. 엄청 깊은 맛이 나는 국물은 아니지만 푸근한 느낌이 참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푸석푸석하지 않고 쫄깃한 어묵의 식감도 참 재미있다. 과연 겨울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요즘 홍대에서 요 근래 많이 회자되는 라멘집인 쿠자쿠를 들러보았다. 본래는 츠케멘을 먹을려고 했으나 면이 떨어졌다고 해서 돈코츠라멘 세트를 주문했다. 돈코츠 국물의 바디감 자체는 묵직함이 없진 않았으나 규슈의 돈코츠라멘에 비하면 가벼운 편이고 돈코츠 특유의 꼬리한 냄새도 적다. 규슈보다는 타 지역에서 내는 돈코츠라멘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 집은 돈코츠만 하는 게 아니라 돈코츠 육수를 바탕으로 쇼유, 미소, 시오라멘을 다 내는 집이기 때문에 일부러 의도하여 이런 맛을 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규슈의 라멘집들처럼 돈코츠를 강하게 우려내면 나머지 라멘들은 그 향과 기름기에 묻혀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라이트하고 깔끔한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갔을 듯 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돈코츠라멘으로서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