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연남동 까사 디 노아 본문
토요일 오후에 뭘 먹을까 돌아다니다 왠일로 까사 디 노아에 빈 테이블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칠판에 적혀 있는 전채와 파스타를 시켰다.
전채는 Mortadella e provolone 라는 메뉴였다.
mortadella는 왼편의 햄의 이름이고, provolone는 오른편의 치즈의 이름이다.
둘 다 염도가 엄청나서 잼(무화과로 추정됨?)과 빵이 아니었다면 다 비우기가 힘들었을 듯 싶다.
빵은 부드러움 없이 크리스피한 느낌이 강해서 햄과 치즈를 얹어 한 입 베어물 때 감촉의 대비가 괜찮게 느껴진다.
Rigatoni a modo mio 라는 이름의 파스타다.
modo는 way, mio는 my를 뜻하기 때문에 [우리 집 리가토니]라는 해석을 붙이면 될 듯하다.
애호박과 방울토마토, 파프리카를 익힌 후 리가토니를 넣어 버무린 다음 치즈를 녹이고 바질 잎을 한 장 얹어 향을 더했다.
파스타 전체적으로 의외의 감칠맛이 감돌아 쑥쑥 잘 넘아가고 바질의 향이 기분 좋게 식욕을 돋궈준다.
후추의 향도 잘 살아나서 후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될 듯하다.
리가토니는 적절히 씹는 맛이 살아있도록 잘 익혔다. 맛있는 숏파스타로서 필요한 구색을 모두 갖췄다.
나중에 한 번 집에서 시도해 볼까 싶을 정도다.
서버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알아듣기 힘들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서비스에도 크게 불만은 없었다.
(이는 내가 청력이 안 좋은 것도 한몫을 한다.)
다만 점심으로 이렇게 먹고 5만원 돈을 내는 것에 약간의 심리적인 저항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