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다시 천진리의 투썸플레이스에서 멍을 때린 후 저녁을 먹으러 봉포항으로 향한다.물회. 삼겹살 두 조각, 미역으로 만든 국수, 콩나물, 밥 반공기, 무슨 생선인지 알 수 없는 식해. 반찬은 네 가지로 직접 접시에 덜어 먹는 시스템이나 특별히 손 가는 게 없었다사실 물회 말고는 인상적인 건 없다.그런데 횟감들이 해동이 다 된 게 아닌지 살얼음 씹히듯이 서걱서걱 씹힌다. 온도가 낮아도 너무 낮으니 당최 무슨 맛인지 알 도리가 없다. 재료는 이것저것 참 다양하게 들어갔으나 뭔가 아귀가 안 맞는 느낌. 양념은 새콤달콤하지만 과장된 맛은 아니어서.. 여름에 와서 먹으면 좀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1년만의 동해안 당일치기 여행의 마무리치곤 입맛이 좀 쓰다.
송이육개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토성면의 중심지인 천진리 쪽으로 나와 바다가 보이는 투썸플레이스(!)에서 잠시 멍을 때렸다. 하도 심심해서 지도 검색이나 해 볼까 하다가 그 때서야 산북리를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에 다섯 대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계산 끝에 급히 부랴부랴 거진행 버스를 잡아탔다. 산북리는 거진에서 약 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부지런히 걸어 간 후 부지런히 먹어야 4시경에 있는 버스를 타고 속초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그 돌아오는 버스를 놓치게 되면 속초에서 저녁 못 먹고 바로 서울행 버스 잡아타야 할 형편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출발은 좋았으나 하필이면 가는 도중 눈발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여 가게에 도착할 때쯤엔 주인 분이 깜짝 놀랄 정도로 흠뻑 젖었다. 제..
올해도 3월 쯔음에 영동 지방으로 떠나 본다. 이번엔 여태껏 가 본 적 없는 가게를 목표로 정했다.동루골막국수는 성대리라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하루에 버스가 6대 정도 다닌다.나 같은 뚜벅이는 버스 타고 들어가면 걸어 나오든지 걸어 들어가서 버스 타고 나오든지 택일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일단 아침을 해결하는 게 급하여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막국수집이지만 겨울철 계절메뉴로 송이육개장이라는 메뉴가 있다. 가격은 20,000원으로 제법 나가지만 진짜 국산 송이를 쓴다고 한다면 이해할 만한 가격이다.한상차림.송이의 향이 은은하면서도 물씬 풍기는 국물이다. 국물은 전반적으로 얼큰하면서도 양념의 맛이나 기름기가 과하지 않다. 고기도 실하게 들었고 송이도 섭섭지 않게 들었다. 2만원에 송이 향 한 그릇 즐길 수..
히노키공방이 문을 닫은지 얼마 안 되어 생겨난 일본식 밥집. 어설프게 타협하기보다는 고집 있게 자신의 맛을 밀어부치는 가게다. 아마도 하카타정식에 계란말이 추가한 게 아닐까 싶은데.. 전반적으로 짜고 단 일본 음식의 특징(?)을 잘 살렸다. 고등어는 정말 짜고, 계란말이는 포실포실할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단단한 질감에 맛은 꽤 달달하다. 가지요리의 다싯물도 달달한 간장 베이스이다. 가라아게는 평범한 편.오히다시는 새콤하면서 은은하게 단맛이 배어있다.그리고 이 집을 찾게 되는 이유인 잘 지은 밥과 구수한 돈지루. 유즈코쇼를 살짝 얹으면 맛이 한층 복잡해진다.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감각에 혼합된장의 과하게 달지 않은 구수함과 무의 시원한 맛의 조화가 좋다.돈지루만와 밥만으로도 이 집은 충..
서래마을에 갈 일이 있으면 꼭 한 번씩 들리게 되는 가게가 있으니, 담장옆에국화꽃이다.떡 카페(?)지만 늘 시켜먹는 건 팥빙수.서울 시내에서 팥 쑤는 집 중 이 집 팥이 제일 입에 잘 맞는다.적당히 팥알갱이를 남겨둬서 씹는 맛도 있고, 팥앙금의 단맛을 절제하여 팥의 구수함을 살렸다. 그 단맛은 밤과 대추 말랭이, 인절미 등의 은은한 단맛으로 보충하였고 고소한 우유얼음은 곱게 갈아 팥과의 대비되는 식감을 선사한다.다른 건 다 차치하고 많이 달지 않게 쑨 팥과 대추, 얼음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굳이 놋그릇에 주는 정성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가격대가 저렴하진 않지만 어떤 프랜차이즈건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레벨이다.단팥죽은 호박씨와 콩가루로 고소함을 더했는데, 팥이 곱게 갈아져 텍스쳐의 재미는 빙수에 얹힌 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