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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고성 산북막국수 본문

국내

고성 산북막국수

aug9 2016. 3. 23. 01:16

송이육개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토성면의 중심지인 천진리 쪽으로 나와 바다가 보이는 투썸플레이스(!)에서 잠시 멍을 때렸다.

하도 심심해서 지도 검색이나 해 볼까 하다가 그 때서야 산북리를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에 다섯 대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계산 끝에 급히 부랴부랴 거진행 버스를 잡아탔다.

산북리는 거진에서 약 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부지런히 걸어 간 후 부지런히 먹어야 4시경에 있는 버스를 타고 속초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그 돌아오는 버스를 놓치게 되면 속초에서 저녁 못 먹고 바로 서울행 버스 잡아타야 할 형편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출발은 좋았으나 하필이면 가는 도중 눈발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여 가게에 도착할 때쯤엔 주인 분이 깜짝 놀랄 정도로 흠뻑 젖었다.

제육과 막국수를 시키니 금세 제육 한 접시가 등장한다.

제육은 기름기가 적어서 촉촉하다기 보단 좀 쫄깃한 느낌이 강조되었다.

기름기 많은 부위를 반 정도 내놓았다면 더 좋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고장의 식당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하다.

명태 식해는 쿰쿰한 맛이 좀 남아 있다. 달달하기만 한 백촌막국수의 그것보다는 좀 더 명태로 만든 식해라는 아이덴티티가 강조되었다.

술로는 청주가 있어 하나 시켜보았다.

청주는 꽤나 드라이해서 음식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머루주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별다른 향과 맛이 없는데 도수마저 약해서 그런지 물맛이 심하게 났다. 

증류를 하려면 설비가 필요할 테니 쉬운 선택은 아니긴 하겠지만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다.

한창 제육 접시를 비우다 생각나서 찍은 항공샷. 워낙 정신없이 도착한 가게라 반쯤 먹고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찬은 대체적으로 평범하다. 앞서 들린 동루골막국수보단 전반적으로 단맛이 약하다.

이 지역 특산인 홍갓이 들어간 동치미. 쌉쌀한 느낌이 있어서 단맛이 덜하다.

제육 접시를 다 비울 때 쯤 되자 순메밀 막국수가 등장한다.

막국수 국물도 홍갓이 들어간 동치미인데 단맛이 비교적 적고 씁쓸한 맛이 차분하게 깔리는 점이 특색이다. 

막국수에는 제법 잘 어울리는 국물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김을 세절김이 아닌 직접 뜯은 김을 넣어주는 게 인상적이다. 

면은 제법 색이 진한 편인다. 거피의 비중이 높은 듯하다. 

얼른 김부터 건져 먹는다. 세절김이 아니라 주워먹기 편한데 생각 외로 제법 맛이 있다.

김을 대충 다 건져 먹고 국물을 부은 후 양념을 휘휘 저은 다음 면을 건져 먹어 본다. 

어? 


이 집 면 참 맛있다. 

어지간하면 버스 시간 때문에 대충 후루룩 넘겼을텐데 면이 사라지는 게 아깝고 배가 차는 게 아쉬워서 한참을 곱씹었다.

여지껏 접해본 막국수 중 메밀면의 구수한 맛만큼은 이 집이 최고 수준이다.

순메밀인지 아닌지는 내가 정확히 판정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최소한 이 집이 동해안에서 가장 순도 높은 메밀면을 낸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메밀향이었다. 다음 겨울에 또 찾아갈 거다.

버스 정류장에 적혀 있는 버스 시간 10분 전에 계산하고 부랴부랴 길가로 나오니까 속초 시내로 향하는 버스가 튀어나온다.

다급하게 정류장도 아닌 곳에서 손을 휘휘 흔들어 버스를 세우고 탔다. 버스 기사가 버스비를 얼마 받아야 하는 지도 잘 모른다. 

거진까지 기본 요금 찍고 거진 ~ 천진리 요금을 받는다.

이 날은 정말 다행히 운이 따라줬기는 하지만 적어도 대중교통이라면 시간표에 적혀 있는 시간은 지켜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간 정류장이라면 여러 변수가 있으니 이해할 수 있다 치더라도 (사실 중간정류장은 시간 정보도 없다) 산북리는 종점이다.

종점에서부터 시간을 안 지키면 어쩌란 말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일찍 나와서 다행이지 시간 맞춰 나갔다면 한참을 기다리다

또 눈 속을 헤치고 한 시간을 걸어나가야 했단 생각에 이르자 젊은 기사 양반 얼굴이 밉상으로 보였다.

목적지 도착하면 다음 행선지 시간표부터 사진으로 찍어놓을 정도로 뚜벅이 여행자 입장에게 버스 시간이란 굉장히 민감한 사항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정보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꽤 언짢게 느껴졌다. 그래봐야 잠시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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