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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얼마 전 동네를 지나가다가 러시아 식당이 개업을 해서 들어가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러시아 식당은 우즈벡 등 중앙아시아 출신들이 와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의 뿌리는 슬라브족인 듯 하다. 흔히 중앙아시아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샤슬릭 등의 양고기 요리가 없고 대신 러시아식 팬케이크인 블린이 있다. 블린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으로 떼레목이라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존재할 정도다. 일단 카르로쉬카 보 도마스녜무(라고 적혀 있지만 키릴문자를 봤을 땐 카르토쉬카 포 도마쉬녜무 라고 표기하는 게 맞을 듯 싶다) 라는 요리를 시켜보았다. (메뉴의 의미는 가정식 감자 요리다) 양파, 파프리카 등의 야채와 돼지고기와 베이컨을 넣고 익힌 요리에 감자튀김을 얹었다. 익혔다고 얘기하..
연남동 메인스트리트(?) 골목을 중심으로 나뭇잎 모양처럼 여러 골목들이 이어지는데 그 골목의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쿠루미라는 이름의 작은 이자카야가 보인다.늘 지다니면서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지켜보다가 어느 날 퇴근 후 과감하게 직행하였다. 한창 방어가 나올 철이라 방어 사시미가 있어 먼저 시켜보았다. 대방어를 잡아서 쓸 만한 가게 규모는 아니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방어의 기름진 맛을 잘 살린 듯하다.바닥에 얼음을 잘게 부숴서 깔아주는 점도 특기해 볼 만하고 양도 아주 섭섭지는 않게 준다. 혼자 먹는다면 이 이상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먹으면서 끝에 두어 점은 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다만 저녁에 식사도 안 했는데 달랑 이것만 먹고 가기엔 어딘가 허전하여 함박츠쿠네를 시켜보았다. 묘하게 모양은 함박스테..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이라고 일컫는 집은 대개 믿을 수가 없는 편이다. 특히나 소재 고갈로 인해 이젠 맛집의 비밀을 파헤치는 걸로 연명하고 있는 생활의 달인은 더더욱 그렇다.동네를 지나가다가 생활의 달인 출연업소가 있다고 하여 분명히 이 집은 별로일 거다 하고 단정짓고먹고 맛없으면 신나게 까야지 하고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쫄면은 어지간하면 먹을 만하다는 점이다. 아니 그보다는 내가 쫄면을 꽤 좋아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메뉴에 여러가지 변종 쫄면들이 있었지만 일단 기본 중의 기본인 비빔쫄면을 주문하였다. 비빔쫄면을 주문하면 멸치육수도 같이 내어주는데 그건 사진으로 찍지 않았나 보다.일단 비빔장 자체는 엄청나게 맵거나 달거나 하지 않고 적절히 밸란스를 잘 잡아주고..
요즘 연남동에서 20대 처자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가게가 바로 이 성격양식이다. 한때 압구정에서 이름을 남겼던 후후양식당의 후신이라고 한다. 후후양식당 방문시 일정 부분은 만족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기억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까지 꼭 닮았다. 야끼 파스타를 시켜보았다. 이름에서 보이듯 일본식 퓨전 양식을 지향하는 가게이다. 파스타의 익힘 정도는 내 취향과 잘 맞았다. 심이 빳빳하게 느껴질 정도로 꼬들꼬들한 느낌이 좋았다. 살짝 매콤한 느낌을 가미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오믈렛 필라프도 시켜 보았다. 오믈렛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포실포실한 느낌을 잘 살렸는데 조금 간을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필라프라고 해야 할지 볶음밥이라고 해야 할지 하여튼 이 부분이 좀 거슬린다. ..
행정구역 상으로는 연희동이지만 실제 연희동 상권보다는 연남동에 가까운 편의방. 수요미식회 출연으로 인해 한동안 인산인해를 이루다가 최근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방문객의 증가와 함께 높이 뛴 음식 가격은 속을 좀 쓰리게 한다. 깐풍기는 쫄깃한 닭고기를 바삭하게 튀겨내 고추를 사정없이 때려박아 볶아내어 제법 매콤한 맛을 잘 살려냈다. 몇 점 먹으니 입안이 후끈거려 맥주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적어도 깐[乾]이라는 글자 그 의미 그대로 물기 없이 볶아낸 모양새만 봐도 진짜배기임을 알 수 있다. 어지간한 동네 중국집의 깐풍기는 여기 갖다대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만두다. 방송만 보고 이 집 만두를 찾아 먹고는 만두가 이게 뭐야~ 하고 평을 남긴 사람이 ..
토요일 오후에 뭘 먹을까 돌아다니다 왠일로 까사 디 노아에 빈 테이블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칠판에 적혀 있는 전채와 파스타를 시켰다. 전채는 Mortadella e provolone 라는 메뉴였다. mortadella는 왼편의 햄의 이름이고, provolone는 오른편의 치즈의 이름이다. 둘 다 염도가 엄청나서 잼(무화과로 추정됨?)과 빵이 아니었다면 다 비우기가 힘들었을 듯 싶다. 빵은 부드러움 없이 크리스피한 느낌이 강해서 햄과 치즈를 얹어 한 입 베어물 때 감촉의 대비가 괜찮게 느껴진다. Rigatoni a modo mio 라는 이름의 파스타다. modo는 way, mio는 my를 뜻하기 때문에 [우리 집 리가토니]라는 해석을 붙이면 될 듯하다. 애호박과 방울토..
추운 날 멀리 가기 귀찮아서 가까운 요나요나를 찾았다. 식사 메뉴로 쓸만한 게 좀 애매해서 나베와 꼬치 6종 세트를 주문하였다 벚꽃맥주는 예전에도 한 번 시켰다가 다음엔 시키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도 같은 짓을 반복한다. 문어프랑크 하나 딸려나오는 게 제법 귀엽다. 6종 꼬치는 안심, 염통, 소 안창살, 껍질, 네기마, 방울토마토 순이다. 썩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이지도 않다. 닭육수에 어묵과 고기를 푸짐하게 넣고 건고추로 살짝 칼칼한 맛을 더한 국물이 제법이다. 엄청 깊은 맛이 나는 국물은 아니지만 푸근한 느낌이 참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푸석푸석하지 않고 쫄깃한 어묵의 식감도 참 재미있다. 과연 겨울에 어울리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