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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서교동 무타히로 본문

동네

서교동 무타히로

aug9 2016. 4. 21. 01:48

어느 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못 보던 가게의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토리소바(鶏そば)라고 적힌 문구가 적잖이 흥미를 불러일으켜 어느 한가한 주말 점심에 찾아보았다.


국내에서 라멘이라고 하면 사실상 돈코츠라멘을 일컫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국내의 라멘 업계는 돈코츠라멘 일색이다.

고릿짝 시절 왕좌를 차지한 하카타분코부터 시작해서 우마이도, 유타로, 나고미, 멘야산다이메, 잇푸도, 아지센, 부탄츄, 

최근의 쿠자쿠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에 라멘으로 방귀 좀 뀌어봤다 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돈코츠 육수가 베이스다.

그 외에 돈코츠가 베이스가 아닌 쇼유라멘이나 그보다 훨씬 희소했던 시오라멘이나 미소라멘 집들은 

희미하게 명멸을 반복하다가 기억에서 잊혀져 가기 일쑤였다.

조금 독특한 케이스가 일본인 나오키가 운영했던 아지바코 정도? 


비단 돈코츠라멘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라 

하카타의 정반대편 삿포로에서도 돈코츠를 베이스로 하는 라멘집들이 성업하고 있다.

이들의 전통과 결합한 돈코츠미소라멘을 내는 가게는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니...


그런 배경에서 닭을 베이스로 하는 이 가게의 출현은 다소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돈코츠라멘 가게 내에서도 국물을 어떻게 내는가 면을 어떻게 내는가 등으로 상호 간의 차별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돈코츠라멘의 전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라 

오랜 시간 이에 노출되어 온 소비자들은 이제 조금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 때도 된 것이다.


아직은 가오픈 단계인 듯 메뉴판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국물이 있는 면과 국물이 없는 면 이 둘 중 어떤 것으로 할 지를 물어온다.

일단은 국물이 있는 버전을 맛 보기로 한다. 옅은 맛과 진한 맛 중 선택하라고 해서 일단 진한 맛으로 해달라고 청해보았다.


국물이 있는 버전이 등장하였다. 

그릇의 테두리에 무타히로(ムタヒロ)라는 카타카나가 문양으로 삥 둘러져 있는 것이 신선하다. 꽤나 야심이 있어 보인다. 

간장 베이스인 닭육수의 감칠맛이 눈에 띈다. 거기에 기분 좋을 정도의 후추향이 가미되었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돈코츠라멘에 비해 덜 느끼하고 덜 짜기 때문에 접근성은 더 좋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돼지고기 차슈와 닭고기 차슈의 식감과 맛의 차이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면은 살짝 꼬들한 정도로 익혀냈다. 심이 살아 있는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 정도 식감인 게 얌전한 국물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충분히 괜찮은 레벨로 보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은 생맥주가 모리츠밖에 없다는 점이다.

모리츠 특유의 과일향이 라멘과 먹기에는 좀 겉도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공법으로 기린을 내놓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물이 무겁지 않아서 어울리지 않을 거라 판단한 걸까...

기왕 온 김에 국물 없는 버젼도 시켜본다. 

토핑은 국물 있는 버젼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숙주가 추가되고 다진 차슈를 넣어주는 정도.

기름이 들어가 있어 비비면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이 기름과 꼬들하게 익힌 면과의 시너지가 꽤 괜찮다. 

쫄깃한 면이 미끄덩하게 입안을 타고 다니는 감각이 제법 좋다.

국물이 있는 버전보다 오히려 이 쪽이 더 매력적이다.


흔하디 흔한 돈코츠라멘 대신 기본에 충실한 쇼유라멘을 한 번 경험해 보기에 꽤 괜찮은 가게다. 

양은 다른 라멘집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감안해야 한다.

가게의 상태를 봤을 때 생긴 지 얼마 안 된지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벌써 오픈한 지 몇 달이 지나 있었다.

왜 아직까지도 이런 가오픈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조금 의문스럽다. 야심가인 줄 알았더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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