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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본래 조지아(그루지야)식 피자인 하챠푸리를 통해 이름을 알린 가게인데.. 정작 사진기를 들고 나갔을 쯤엔 하챠푸리 이외에 다른 메뉴를 개시해서 거기에 정신이 팔린 바람에 하챠푸리 사진이 없다. 핸드앤몰트 브루어리의 모카 스타우트를 취급한다. 지금이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이 늘었지만 장농속이 오픈할 때만 해도 그리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맥주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모든 크래프트 맥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거 하나 고르라면 이걸 고를 듯 하다. 커피향과 함께 부드럽게 넘어가는 거품과 탄산, 적당히 씁쓸한 맛을 살리는 밸런스 감각까지...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국산 흑맥주의 편견을 남김없이 쳐부숴버린 작품이다. 이전까지는 하챠푸리와 동유럽식 핑거푸드인 부르스케타 단 두 종의 음식만 취급하였는데.. 이..
한동안 꺼져가는 게 아닌가 싶다가 방송가의 펌프질에 살짝 고개를 들은 중식의 붐을 타고 서울 내 중식의 여러 원류 중 하나인 연남동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하하 이후로 새로운 가게의 진입이 없었으나 몇 년 사이의 공백을 뚫고 새로운 가게들이 런칭되기 시작하였다. 그 중 라오찌에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뉴페이스다. 연희동에 본점을 낸지 얼마 되지 않아 연남동에도 (연남동치고는) 꽤 큰 규모의 가게를 런칭하였다. 집 근방이라 공사 중에 무슨 가게가 될지 궁금해 하다가 오픈한 지 몇 주쯤 지나 한 번 찾아 보았다. 일단 칭따오 한 병 시켜본다. 칭따오가 수입맥주 중 소비량 1위를 먹은 데는 많은 중국음식점의 [칭따오로 대동단결]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얼빈도 괜찮고 설화나 옌징 같..
올해도 3월 쯔음에 영동 지방으로 떠나 본다. 이번엔 여태껏 가 본 적 없는 가게를 목표로 정했다.동루골막국수는 성대리라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하루에 버스가 6대 정도 다닌다.나 같은 뚜벅이는 버스 타고 들어가면 걸어 나오든지 걸어 들어가서 버스 타고 나오든지 택일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일단 아침을 해결하는 게 급하여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막국수집이지만 겨울철 계절메뉴로 송이육개장이라는 메뉴가 있다. 가격은 20,000원으로 제법 나가지만 진짜 국산 송이를 쓴다고 한다면 이해할 만한 가격이다.한상차림.송이의 향이 은은하면서도 물씬 풍기는 국물이다. 국물은 전반적으로 얼큰하면서도 양념의 맛이나 기름기가 과하지 않다. 고기도 실하게 들었고 송이도 섭섭지 않게 들었다. 2만원에 송이 향 한 그릇 즐길 수..
히노키공방이 문을 닫은지 얼마 안 되어 생겨난 일본식 밥집. 어설프게 타협하기보다는 고집 있게 자신의 맛을 밀어부치는 가게다. 아마도 하카타정식에 계란말이 추가한 게 아닐까 싶은데.. 전반적으로 짜고 단 일본 음식의 특징(?)을 잘 살렸다. 고등어는 정말 짜고, 계란말이는 포실포실할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단단한 질감에 맛은 꽤 달달하다. 가지요리의 다싯물도 달달한 간장 베이스이다. 가라아게는 평범한 편.오히다시는 새콤하면서 은은하게 단맛이 배어있다.그리고 이 집을 찾게 되는 이유인 잘 지은 밥과 구수한 돈지루. 유즈코쇼를 살짝 얹으면 맛이 한층 복잡해진다.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감각에 혼합된장의 과하게 달지 않은 구수함과 무의 시원한 맛의 조화가 좋다.돈지루만와 밥만으로도 이 집은 충..
약 반 년 가까운 공사 끝에 드디어 건물을 올린(!) 하하가 작년 12월 말을 기해 영업을 개시하였다. 한동안 엄청난 웨이팅으로 인해 아예 기억에서 잊고 살다가, 리뉴얼 후 아직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라고 하지만 내가 들어가니 만석이 되었다) 입장하였다. 늘 먹던 음식 그대로 주문한다. 늘 먹던 그대로라고 해도 최소 1년 이상은 못 먹었지만.. 적당히 쫄깃한 만두피는 군만두보다는 찐만두일 때 매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경쟁자가 많이 생겼지만 연남동에서 교자 형태의 만두로 처음 이름을 날린 곳은 바로 여기 하하다. (샤오롱바오는 향미가, 빠오즈는 홍복이 유명세를 날렸지만) 지금도 내 입맛엔 하하가 제일 잘 맞는 듯 하다. 적당히 세련되고 적당히 투박한 맛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하하가 연남동..
작년 여름쯤인가 갑자기 발굴되어 한동안 핫했던 가게 이대 화상손만두.한창 회자될 무렵에 여러 번 찾아갔었다. 퇴근길에 이대에 내려서 들리면 되니깐..생각 외로 영업 종료 시간이 빨라서 (재료 소진의 경우) 몇 번 실패했다가 세 번째 방문인가 만에 들어갈 수 있었다.의도치 않은 삼고초려...일단 이 집의 시그니처는 모듬만두인데, 튀김만두, 김치만두, 고기만두 3종 세트이다. 튀김만두는 고소한 냄새 올라오게 잘 튀겼다.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소는 고기와 부추의 조화가 잘 어울려 고소하면서 부담스럽지가 않다.김치만두와 고기만두는 튀김만두에 비하면 평범한 느낌. 중간 이상은 되지만 뛰어난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하지만 이만큼이 무려 5천원. 대단히 혜자스럽다.만두만으로는 살짝 모자라 깐풍기를 시켜봤다.사..
얼마 전 동네를 지나가다가 러시아 식당이 개업을 해서 들어가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러시아 식당은 우즈벡 등 중앙아시아 출신들이 와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의 뿌리는 슬라브족인 듯 하다. 흔히 중앙아시아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샤슬릭 등의 양고기 요리가 없고 대신 러시아식 팬케이크인 블린이 있다. 블린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으로 떼레목이라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존재할 정도다. 일단 카르로쉬카 보 도마스녜무(라고 적혀 있지만 키릴문자를 봤을 땐 카르토쉬카 포 도마쉬녜무 라고 표기하는 게 맞을 듯 싶다) 라는 요리를 시켜보았다. (메뉴의 의미는 가정식 감자 요리다) 양파, 파프리카 등의 야채와 돼지고기와 베이컨을 넣고 익힌 요리에 감자튀김을 얹었다. 익혔다고 얘기하..
연남동 메인스트리트(?) 골목을 중심으로 나뭇잎 모양처럼 여러 골목들이 이어지는데 그 골목의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쿠루미라는 이름의 작은 이자카야가 보인다.늘 지다니면서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지켜보다가 어느 날 퇴근 후 과감하게 직행하였다. 한창 방어가 나올 철이라 방어 사시미가 있어 먼저 시켜보았다. 대방어를 잡아서 쓸 만한 가게 규모는 아니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방어의 기름진 맛을 잘 살린 듯하다.바닥에 얼음을 잘게 부숴서 깔아주는 점도 특기해 볼 만하고 양도 아주 섭섭지는 않게 준다. 혼자 먹는다면 이 이상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먹으면서 끝에 두어 점은 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다만 저녁에 식사도 안 했는데 달랑 이것만 먹고 가기엔 어딘가 허전하여 함박츠쿠네를 시켜보았다. 묘하게 모양은 함박스테..
춘천까지 가서 흔하디 흔한 철판에 우루루 쏟아넣고 볶아먹는 닭갈비를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고(그런 거를 먹을 요량이라면 춘천까지 갈 필요 없이 용산의 오근내를 찾아가면 될 일이다)숯불닭갈비라면 일부러 찾아와 먹을 만하다. 서울의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희래는 가격이 좀 끔찍해서..춘천에 숯불닭갈비로 이름이 난 집이 몇몇 있지만 나는 춘천에 오면 늘 이 집을 찾는다.이 집이 제일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집 말고 굳이 다른 집을 찾아갈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초벌구이한 닭갈비를 불판 위에 얹어준다.2인분을 시켜도 1인분씩 구워서 갖다 주는데, 정성은 인정할 만하다.가끔 주인 아저씨가 와서 부심 부릴 때도 있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솔직히 부심 부려도 할 말..
행정구역 상으로는 연희동이지만 실제 연희동 상권보다는 연남동에 가까운 편의방. 수요미식회 출연으로 인해 한동안 인산인해를 이루다가 최근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방문객의 증가와 함께 높이 뛴 음식 가격은 속을 좀 쓰리게 한다. 깐풍기는 쫄깃한 닭고기를 바삭하게 튀겨내 고추를 사정없이 때려박아 볶아내어 제법 매콤한 맛을 잘 살려냈다. 몇 점 먹으니 입안이 후끈거려 맥주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적어도 깐[乾]이라는 글자 그 의미 그대로 물기 없이 볶아낸 모양새만 봐도 진짜배기임을 알 수 있다. 어지간한 동네 중국집의 깐풍기는 여기 갖다대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만두다. 방송만 보고 이 집 만두를 찾아 먹고는 만두가 이게 뭐야~ 하고 평을 남긴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