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없지만 밥은 절대 굶지 않습니다
본래 조지아(그루지야)식 피자인 하챠푸리를 통해 이름을 알린 가게인데.. 정작 사진기를 들고 나갔을 쯤엔 하챠푸리 이외에 다른 메뉴를 개시해서 거기에 정신이 팔린 바람에 하챠푸리 사진이 없다. 핸드앤몰트 브루어리의 모카 스타우트를 취급한다. 지금이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이 늘었지만 장농속이 오픈할 때만 해도 그리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맥주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모든 크래프트 맥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거 하나 고르라면 이걸 고를 듯 하다. 커피향과 함께 부드럽게 넘어가는 거품과 탄산, 적당히 씁쓸한 맛을 살리는 밸런스 감각까지...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국산 흑맥주의 편견을 남김없이 쳐부숴버린 작품이다. 이전까지는 하챠푸리와 동유럽식 핑거푸드인 부르스케타 단 두 종의 음식만 취급하였는데.. 이..
몇달 전 MOON이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찾아보았다. 생맥주는 크롬바커를 취급하여 한 잔 청했다. 닭엉치살 구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조합이다. 퍽퍽한 닭가슴살에 짠맛이 강조되는 되직한 느낌의 소스라 먹기가 매우 부담스럽다. 가니쉬엔 이런 묵직함을 날려줄 만한 신맛이 부족하다. 부드러운 텍스쳐의 프렌치 매쉬 포테이토만이 이 집의 노력을 증명하는 듯 하다. 구운 가지가 들은 깔쪼네도 시켜보았다. 닭엉치살 구이보다는 훨씬 완성도가 있는 음식이다. 구운 가지와 선드라이 토마토, 루꼴라, 크림과 치즈의 다층적인 향의 조합이 꽤 재미있다.. 마는 흔히 이탈리안 비스트로에서 볼 수 있는 루꼴라를 얹은 피자에 비해 이것이 더 매력적이냐 묻는다면 그다지 명쾌한 답을 내리진 못할 것 같다.
작년에 한창 화제가 되었던 중화대반점에 출연한 진생용 대가가 캐주얼한 중식 포차를 컨셉으로 차린 가게다. 지나가다가 입간판에 혹하여 한 번 들어가 보게 되었다. 먼저 주문한 음식은 두반가지새우. 기름을 먹였을 때 맛이 배가되는 재료인 새우와 가지를 튀겨 위에 두반장 베이스 소스를 끼얹었는데 조금 미묘하다. 개인적으로는 라오찌에의 가지만두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튀김의 장점을 잘 느낄 수 없을 뿐더러 두반장 소스의 매력도 잘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볶음 형태로 풀어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꿔샤오기. 방송에 나왔던 메뉴일진 모르겠지만... 샤오기를 왜 굳이 이렇게 따뜻하게 익혀 먹어야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닭의 질감도 만족스럽..
국내에서 드물게 시칠리아 음식을 내놓는 가게인 츄리츄리를 들려보았다.시작은 페로니로... 빵은 비교적 평범하였는데 올리브가 상당히 맛있다. 짭짤한 맛은 있지만 과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입 안에 올리브의 향이 기분좋게 느껴진다.아란치네. 속을 갈라서도 한 컷 찍었어야 했는데 깜빡했다. 기억으로는 라구를 시켰던 거 같은데 확실치 않다.맛보다는 소의 질감이 재밌었다는 기억이 있다.라비올리. 치즈의 맛이 두드러졌고 트러플 오일의 향긋함이 포인트였던 것 같다. 생각보다 아란치네나 라비올리를 맛보기가 쉽지 않은데 괜찮은 가게가 생겨서 좋다. 요즘 꽤나 인기라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위는 1년 묵힌 사진 방출...) 이런 개성 있는 가게가 앞으로도 잘 됐으면 좋겠다.
어느 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못 보던 가게의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토리소바(鶏そば)라고 적힌 문구가 적잖이 흥미를 불러일으켜 어느 한가한 주말 점심에 찾아보았다. 국내에서 라멘이라고 하면 사실상 돈코츠라멘을 일컫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국내의 라멘 업계는 돈코츠라멘 일색이다. 고릿짝 시절 왕좌를 차지한 하카타분코부터 시작해서 우마이도, 유타로, 나고미, 멘야산다이메, 잇푸도, 아지센, 부탄츄, 최근의 쿠자쿠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에 라멘으로 방귀 좀 뀌어봤다 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돈코츠 육수가 베이스다. 그 외에 돈코츠가 베이스가 아닌 쇼유라멘이나 그보다 훨씬 희소했던 시오라멘이나 미소라멘 집들은 희미하게 명멸을 반복하다가 기억에서 잊혀져 가기 일쑤였다. 조금 독특한 케이스가 일본인 나오키가 ..